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성으로 불리는 구이저우성은 초고층 아파트와 동굴 주거지가 공존하는 모순의 공간입니다. 수도 구이양의 화과원에는 40층이 넘는 건물이 300개 이상 밀집해 있지만, 산골 마을에는 여전히 동굴에서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 극단적인 대비는 중국 빈곤 퇴치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도시 개발 뒤에 가려진 시골의 삶,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묘족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화과원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 가난을 감추는 화려함
구이저우성 수도 구이양의 화과원 지역은 10제곱킬로미터도 안 되는 공간에 5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300개 이상 밀집해 있습니다. 인구 40만에서 50만 명이 거주하는 이 대단지는 백화점, 편의점, 상업시설이 즐비하며, 저녁이면 광장마다 춤을 추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중국의 여느 부유한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풍경입니다.
그러나 이 화려함은 구이저우성 전체의 현실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도 한 곳에만 집중된 개발은 지역 간 불균형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구이저우 땅의 92.5%는 산이며, 절반 이상이 카르스트 지형이라 농사를 짓거나 도로를 놓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부모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아이들은 산골 마을에 남겨지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화과원의 불빛이 밝을수록, 그 이면에 존재하는 시골의 어둠은 더욱 짙어진다는 역설이 성립합니다.
중국 정부는 구이저우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지만, 그 투자는 주로 수도권 개발에 집중되었습니다. 수백 개의 초고층 아파트가 세워졌지만, 정작 산골 마을에는 놀이터 하나 없고, 아이들은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몰고 통학합니다. 이는 단순한 빈부 격차를 넘어, 국가 정책이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지를 질문하게 만듭니다. 화과원의 화려한 외관은 중국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발전의 이미지'일 뿐, 구이저우 전체의 삶을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동굴 마을의 소멸, 강제된 현대화의 그림자
구이저우성 깊은 산속에는 묘족 사람들이 수십 년간 거주했던 자연 동굴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살았던 자연 동굴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불과 10년 전만 해도 18가구 100명 정도가 생활했습니다. 동굴 안에는 초등학교도 있었고, 주민들은 계단식 논농사를 지으며 돼지와 닭을 키우는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이 동굴 마을이 형성된 배경에는 역사적 비극이 있습니다.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의 박해를 피해 산 깊숙이 도망친 묘족 사람들은 결국 동굴이라는 극단적 공간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고 가도 막막한데, 과거 사람들은 얼마나 절박했을까"라는 표현처럼, 이들의 선택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피난처였던 것입니다. 동굴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으며, 1년 내내 모기가 없어 생활 공간으로서 나름의 장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이 동굴 마을은 사실상 폐허가 되었습니다. 집터만 남아 있고, 건물은 대부분 무너져 내렸습니다. 중국 정부는 동굴 아래에 새로운 주거 단지를 건설해 주민들을 이주시켰지만, 수해 문제로 인해 일부 주민들은 다시 동굴로 돌아갔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은 완전히 비워졌고, 케이블카마저 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주 정책이 아니라, 중국이 '가난의 상징'으로 비치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의도적 개입으로 해석됩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집을 부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며, 이는 정책의 강제성과 그 이면의 정치적 동기를 암시합니다.
묘족 전통 마을의 관광지화, 보존과 소비 사이
구이저우성에는 1378년 명나라 때 지어진 전통 마을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구이저우성 4대 전통 마을 중 하나로, 묘족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고 홍보됩니다. 방문객들은 2만 원에서 5만 원을 내고 묘족 전통 의상을 빌려 입을 수 있으며, 머리 위에 은장식을 얹고 사진을 찍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말린 돼지고기, 전통 술, 알파카 같은 볼거리가 배치되어 있고, 관광객을 맞이하는 상점들이 즐비합니다.
그러나 600년 된 마을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건물 대부분은 리모델링되어 원형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으리으리하게 복원된 건물들은 오히려 테마파크처럼 느껴지며, 진정성보다는 소비를 위한 무대에 가깝습니다. 관광지 뒤편에는 여전히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관광 동선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대문도 약하고, 집 안도 낡았으며, 관광지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인 일상이 펼쳐집니다.
묘족 문화의 관광지화는 보존과 소비 사이의 긴장을 보여줍니다. 전통 의상을 빌려 입는 행위가 문화에 대한 존중인지, 아니면 단순한 소비 경험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묘족 사람들이 얼마나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또한 관광 수익이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지, 아니면 외부 자본이 대부분을 가져가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습니다. 결국 이 마을은 중국이 원하는 '전통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무대일 뿐, 실제 묘족 문화의 생생한 현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구이저우성은 중국의 빈곤과 발전이라는 두 개의 서사가 충돌하는 공간입니다. 화과원의 초고층 아파트는 통계상의 성과일 수 있지만, 동굴 마을의 소멸과 묘족 전통 마을의 관광지화는 그 이면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난하다' 또는 '발전했다'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발전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보존되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계속 질문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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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nw5zOgwuutI